[저택AU] 젊은 주인

저택은 온통 어둠이었다.
이 삭막한 공간에서 칼리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곳에 도착했는지를 잊어버렸다. 일상은 반복된다. 하인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나 없다.

오전 아홉시에 주인을 깨우는 종이 울리면, 그는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정확히 열다섯 걸음 만에 계단으로 내려가 식당에 도착한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차려진 부담스러운 만찬을 바라보다 저만치 밀려난 의자에 순순히 앉는다. 고용인이 정성스레 차려준 음식을 맛보는 것은 고용주의 의무였다. 모든 요리를 하나씩 입에 담아야 했다. 거부하다 의자 다리에 걷어차이고 싶지 않다면.

케일럽의 반역 이후 수세에 몰려 군사들을 이끌고 도망친 지 꼬박 3개월이었다. 도주에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이 하나 둘 스러지고 나자 패배는 명확해졌다. 칼리는 마지막으로 그의 곁을 지키겠다 고집을 부리던 노장을 나무 그늘에 뉘이고 나서 산등성이에 위치한 기묘한 저택을 발견했다.

있는 힘을 쥐어짜내 저택 입구에 들어섰다. 목적은 식량이 아니었다. 이제 먹고 마실 이는 그 하나뿐이었고, 이미 많은 귀족들이 등을 돌린 사실을 전해 들었기에... 그저 찌는 듯한 무더위에 맨바닥에서 죽는 것보단 실내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게 다였다.

굳게 닫힌 정문은 지키는 이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침입자에게 정중했다. 삐걱이는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칼리는 홀린 듯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주인 잃은 성의 새로운 방문자. 애석하게도 칼리는 목숨을 건졌다. 대가는 남은 인생이었다. 방벽은 그를 영영 세상으로부터 감출 것이다.

칼리는 무의미한 나이프질을 하며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저택의 낡은 문을 밀고 들어올 때의 감각이 선명하다. 어딘가 붕 뜨는 기분. 땅이 아닌 허공을 딛고 설 때의 이질감. 저택이 그를 선택했다. 계약은 그의 의지 없이 성립되었다. 나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맞아들여야 한다.

칼리는 냅킨으로 입술을 훔치며 생각했다. 이번 휴가는 아주 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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