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은 온통 어둠이었다. 이 삭막한 공간에서 칼리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곳에 도착했는지를 잊어버렸다. 일상은 반복된다. 하인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나 없다. 오전 아홉시에 주인을 깨우는 종이 울리면, 그는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정확히 열다섯 걸음 만에 계단으로 내려가 식당에 도착한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차려진 부담스러운 만찬을 바라보다 저만치 밀려난 의자에 순순히 앉는다. 고용인이 정성스레 차려준 음식을 맛보는 것은 고용주의 의무였다. 모든 요리를 하나씩 입에 담아야 했다. 거부하다 의자 다리에 걷어차이고 싶지 않다면. 케일럽의 반역 이후 수세에 몰려 군사들을 이끌고 도망친 지 꼬박 3개월이었다. 도주에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이 하나 둘 스러지고 나자 패배는 명확해졌다. 칼리는 마지막으로 그의 ..